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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M 시장의 지각변동, 왜 중요한가?

     

    오늘날 인공지능(AI)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는 단순한 메모리를 넘어 AI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심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기술 집약적인 시장은 그동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라는 한국의 두 거대 기업이 압도적인 점유율로 지배해 온 견고한 '양강 구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오랜 기간 3위에 머물러 있던 미국의 마이크론(Micron)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기술력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시장의 판도에 격렬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꼴찌의 반란'이라고 불릴 만한 마이크론의 급부상은 과연 HBM 시장의 규칙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만년 3위' 마이크론의 화려한 귀환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 발표에서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93억 1천만 달러(약 12조 6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이자,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2%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HBM을 포함한 고성능 D램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었습니다.

     

    특히, 마이크론은 HBM 부문의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5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밝히며, HBM이 이미 회사 전체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했습니다. CEO 산제이 메흐로트라는 "우리가 생산하는 HBM은 2025년 생산분까지 이미 모두 판매 계약을 마쳤다"고 언급하며,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와 마이크론의 강력한 공급 능력을 동시에 과시했습니다.

     

     

    압도적인 기술력 입증: 엔비디아 GB200에 HBM3E 공급

     

    마이크론의 약진을 뒷받침하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입니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큰손'이며,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은 곧 기술력의 세계 표준을 인정받는 것과 같습니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차세대 AI 가속기 'GB200'에 탑재될 HBM3E 12단 제품의 성능 검증을 마치고 대량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HBM3E 12단은 기존 제품보다 더 많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극대화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이 까다로운 기술 장벽을 넘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이크론은 HBM 시장의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기술 리더십을 갖춘 '빅3'로 확실하게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외에도 AMD, 브로드컴 등 주요 AI 칩 고객사 4곳에 HBM을 공급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데이터로 보는 시장 판도 변화: 2강 구도에서 3파전으로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추격은 수치로도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2023년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대)와 삼성전자(40%대)가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했고, 마이크론은 10%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연내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러한 목표는 단순한 자신감이 아닙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36%, 삼성전자 34%, 마이크론 25%로 나타나, 이미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3E 12단 제품 품질 테스트 통과 소식이 마이크론보다 늦어지면서, 마이크론은 이 격차를 더욱 줄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HBM '빅3'의 치열한 전략 경쟁

     

    마이크론의 부상으로 HBM 시장의 경쟁 구도는 '치킨 게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각 사는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선두의 기술 리더십 강화

     

    HBM 시장의 '원조 리더'인 SK하이닉스는 1등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HBM4와 같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TSMC와의 협력을 통해 HBM과 로직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기술을 선도하며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 합니다.

     

    삼성전자: 추격과 '턴키' 솔루션

     

    HBM 시장에서 잠시 주춤했던 삼성전자는 하반기 엔비디아 HBM3E 12단 제품 공급을 통해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하려 합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첨단 패키징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을 활용해, 고객사에게 HBM, 로직 칩, 패키징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Turn-key) 솔루션'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공격적인 투자와 추격

     

    마이크론은 '공격'이라는 단어를 전략의 최우선에 두고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대폭 확장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공정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최대한 빠르게 좁히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 AI 반도체 시장의 미래는?

     

    마이크론의 약진은 HBM 시장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첫째,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엔비디아 등 AI 칩 고객사들은 특정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3사 간의 치열한 경쟁은 기술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여 HBM의 성능과 효율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쟁 심화는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HBM은 단순한 메모리가 아니라 AI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기술입니다.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차지하기 위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3사의 경쟁은 앞으로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될 것입니다. 과연 누가 이 치열한 '3파전'에서 최종 승리자가 될까요?

     

    반도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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